영화관람 중~ 2010.08.06
나는 누구인가?
행정복지과
배 여 진
단 한번도 나와 나의 정체성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것 같다.
과거에 이루고자 했던 꿈과 현재 내가 서있는 위치조차 비교하기를 꺼려 했다면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족과 행복의 척도를 떠나서 적어도 한번쯤은 나를 곱씹고 확인해볼 는
분명히 있을 만한데 과제를 놓고 군 제대 후 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아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영화야 나는 누구니?”
“대단한 사람이지요.” 한마디로 이렇게 말한다.
저녁에 남편에게 물어봤다.
“나는 누구 입니까?”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이라고 말했다.
순간 나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나의 존재를 느끼게 해준 아들과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나를 그렇게 믿고 사랑하는데 나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뭘 했는가?’
어쩌면 나의 욕심만 채우려 하지는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 가족을 위해 좀 더 힘이 되는 그런 아내로,
엄마로 거듭 나길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를 먼저 고민해 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1. 가족적 배경
나는 경북 달성군 현풍의 아담한 동네, 마을 앞에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연못이 있어
서 아침이면 태양의 눈부심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는 정말 아름다운 동네에서 8남매의 막내
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누리며 자란 아주 똘똘한 아이였다.공부를 그리 싫어한 편은
아니었는데 대학에 진학하는것 보다 빨리 어른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혼자만의 개똥
철학을 현실로옮긴 꽤나 고집스럽기도 한....
다른 한편으론 유교사상의 절대적 신봉자이신 아버지의 자식 사랑법과 위로 언니들이 대학
진학의 길을 쟁취하지 못한 전통을 순순히 이어받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요즘과 비교하면 별로 늦지 않은 나이에 성실의 표본을 닮은 아주 잘생긴 남자와 결혼 했고
고슴도치 같은 두 아들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그리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았다
.
착하게 자라준 두 아이는 훌륭한 교사와 아버지를 닮은 안정된 직장인을 꿈꾸며
각각 대학을 다니고 있다.
남편은 정말 모범적으로 가정과 직장의 파수꾼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만학의 길을 열어준 은인이기도 하다.
2. 사회복지 전문직에 대한 동기 및 희망
결혼생활 속에서 전업주부만으로는 뭔가 허기를 느끼는 것 같아 일찍이 사회봉사단체에
발을 디딘 것이 오늘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었고 사회복지분야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각종 사회 여성봉사단체와 정당 활동으로 바쁜 시간들을 보낸 지도 근 20년이 되어간다.
수혜를 받아야하는 곳, 그늘진 곳들을 찾아다니는 긴 시간들은 더욱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과 다 감싸지 못하는 행정의 한계에 부딪치기 일쑤였고 뭔가 해봐야겠다는
욕망을 키우는 촉진제가 되었다.
두어 가지 목표도 세웠다. 직접 현장을 이끌어가는 일,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참여하는 정치 일선이나 사회복지사업가로
서의 한 부분을 직접 실천으로 옮겨 보는 일을 위한 것들이다.
아직 기초의원의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계속하는 동안 또 다른 방향에서
나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미 새로운 일들이 시작되어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3. 살면서 가장 따뜻한 시절(주관적 관점)
나의 길지 않은 삶 속에서 기억에 남을 만큼 어려웠거나 불행했던 시절은 별로없었던 것 같다.
한결같은 남편의 배려가 늘 고맙고,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고맙다.
별것 아닌 일에도 박수를 보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선배와 친구들이 특히 뜨겁게 다가온다.
그러나 가장 따뜻한 시절이 기다리고 있기를 희망한다.
나의 작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 눈물보다 많은 땀방울을 흘릴 수 있는
그런 소망의 날들을 ........
4. 지난 6개월간의 특별한 일들
2009년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었다. 지난 5월, 작은며느리를 막내딸처럼
사랑해 주셨던 시아버님이 운명을 달리 하셨다.
친정아버지와 동갑이셨고 두 분은 사돈지간보다는 친구로 사셨다.
늘 친정아버지 같은 시아버지,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
삼우제 날 산에서 음식 차려놓고 통곡하며 ‘아 ! 이건 아니다’
하는 서러움이 문득 복받쳐 올라 왔다. ‘아버님께 나는 무엇을 해 드렸는지?’
생각해보면 남다르게 특별히 해드린 것이 없었다. 그날처럼 나 자신을 미워해본 적이 없다.
그 이후로 삶에 대한 많은 생각과 함께 나 자신을 뒤돌아보며 조금은 어른이 되어 가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5. 나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나를 이야기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어떤 사물처럼 꼭 이렇다 하고 단정하기에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여자이면서 남자를 많이 닮았고, 의리를 중히 여기며,
경쟁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깨끗하게 승복하는 “파인 플레이어”.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내게 밥 사준다는 얘기보다는
밥 사달라는 말을 더욱 좋아하는 것 같다.
이쁘다 는 말보다는
아름답다는 말을 좋아하는 "나"
잘 한다는 말 보다는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나"인 것 같다.
배여진 글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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